연주는 연습하던 대로?????

시험 전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심리적 부담감을 등에 업은 상태라면 판단력이 흐려지기에 연습 때처럼 편한 마음을 가지고 시험에 응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연주를 앞둔 사람이 하던 대로 하라는 조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 도대체 연습하던 대로 연주하는 것이 어떻게 나쁘다는 것일까?

사실 하던 대로 하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연습 때 하던 수준만큼 하라는 의미일 수 있고, 아니면 좋았던 것을 복사하듯 그대로 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 중 후자의 경우가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연주 상황은 연습 상황과 다르다. 연주와 연습은 달라야 한다. 다음은 그 3가지 이유다.

먼저, 무대에 서면 인간은 자연적으로 아드레날린의 영향을 받아 다른 연주를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보통 연주자의 연주를 더 급하게, 소리를 더 강하게 그리고 짧게 만든다. 그 점을 무시한 채 연습의 복제를 시도한다면 상황이 다른 탓에 잘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연주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연습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다른 음향을 갖고 있다. 또 연주장도 카네기 홀처럼 거대한 연주장이 있는가 하면, 소극장처럼 매우 작은 연주장도 있다. 이런 경우 연주자는 무대리허설, 혹은 연주하면서 홀에 맞는 소리를 찾아내 그에 맞는 연주를 해야 한다. 소극장에 적합한 연주 스타일을 카네기홀에서 똑같이 한다면, 아마 절반의 관객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연주에 대해 불만족스러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주가 자연스럽기 위해선 즉흥의 요소를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계획의 재생보다는 순간의 즉흥적 결정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몸의 동작을 다시 한번 똑같이 재현해본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처음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것보다는 재현할 때가 더욱 부자연스럽다. 그와 같은 이치다.) 그리고 관객은 하나같이 자연스러운 연주를 선호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연습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연습해야하는지 궁금증이 들 것이다. 하던 대로 할 것도 아닌데 왜 연습을 해야하는가?

일단 테크닉적으로 문제가 없을 정도로 훈련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만드는 것을 연주자는 분명히 연습해야 한다. 이것이 되어있지 않는 상태에서 어차피 연습과 연주는 다른 것이라며 무대에서 행운에만 기대는 연주자는 결코 지속적으로 좋은 연주를 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정반대다.

음악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음악에는 정답이 여러 개라는 말과도 같다. (물론 어떤 부분은 딱 떨어져 한 가지 방법이 다른 방법보다 훨씬 좋은 경우도 존재하지만.) 항상 이런 가능성을 탐구하고 열어 놓아서 연주 때 하고 싶은 것을 골라서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끔은 연주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선택 받는다. 이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무대 위에 서서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은 그것의 즐거움을 알 것이다. 그러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겐 이러한 즐거움도 찾아오지 않는다.

테크닉, 음악적으로 계획을 분명히 가져야하는 것도 맞지만, 상황에 반응해 변화를 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능력도 훈련되어야 할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이제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에 반응“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음악에선 듣는 능력이다. 자신의 소리를 들어야 그것이 어떤지 생각할 수 있고, 어떻게 대응할까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듣기 위해선 온전히 자신의 소리에 집중해야 하는데, 테크닉적으로 무언가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이 신경을 건든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소리를 들으려 하다가도 집중력을 잃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능력의 연습도 기본적인 테크닉 및 해석, 그것을 음악으로 만드는 작업등의 과정을 지난 후 이루어져야 한다.

연습은 매우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연주의 진정한 의미는 관객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관객이 없던 상태에서 한 연습의 재현은 이 이유로 좋은 연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